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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황경상]“박스 줍기도 절반으로 뚝” 고물수집 70代 ‘더 고단해진 하루’
- 황경상
- 조회 : 16130
- 등록일 : 2008-09-23
| “박스 줍기도 절반으로 뚝” 고물수집 70代 ‘더 고단해진 하루’ | |||||
| 입력: 2008년 09월 21일 18:42:13 | |||||
| ㆍ14시간 일해 ‘2만원 벌이’ “주부·대학생도 나서… 때 놓치면 허탕 일쑤” 지난 18일 오후 3시 서울 강서구 등촌3동 주공아파트 앞. 고물수집상 최두석씨(75)가 ‘딸딸이’라고 불리는 두바퀴 달린 작은 카트를 끌고 동네 약국 앞에 나타났다. 운좋게 종이상자 하나를 주웠다. 오후 3시20분쯤 5층 상가건물 지하에서 상자 5개, 계란판 2개, 종이포대 1개를 건졌다. 상가앞 쓰레기통 주변에서는 상자 5개, 플라스틱병 5개, 알루미늄캔 5개를 주워 담았다.
오후 3시35분쯤 한 교회 앞에서 리어카를 끄는 또다른 고물수집상을 만났다. 최씨는 발길을 돌렸다. 요즘엔 고물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급증해 ‘구역’ 개념이 사라지면서 고물 수집은 무한경쟁 시장으로 변했다. 최씨는 “내 구역, 네 구역이 없기 때문에 재수 없으면 박스 하나 못 줍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동네를 한 바퀴(2㎞) 도는 데 1시간. 오늘만 세번째다. 최씨는 매일 오전 5·9시, 오후 3·5·7시, 하루 다섯차례 고물 수집에 나선다. 최씨가 하루종일 수거한 고물들을 리어카로 옮겨 싣기 시작했다. 종이상자가 가장 많았고 플라스틱통·엿기름통·알루미늄캔, 폐지 등이다. 전체 분량은 300㎏ 정도. 보통 하루 평균 500㎏가량 주웠지만 최근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최씨는 “지난해까지 두 리어카를 했는데 올해는 한 리어카도 힘들다”고 말했다. 고물상으로 향하면서 중간에 리어카를 대신 끌어봤다. 앞쪽이 무겁기 때문에 손잡이를 꾹 누르고 가야 했다. 평소보다 가볍다고 했지만 평탄한 길을 가는 것조차 쉽지 않아 비틀거렸다. 등이 땀으로 흥건했다. 결국 큰 길가에 주차돼 있던 음료수 배달 트럭 옆과 부딪치고 말았다. 리어카에서 종이상자가 떨어졌다.
이 고물상에 최씨처럼 고물을 가져오는 사람들은 200여명.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40~50여명이 늘어났다. 과거 고물 수집을 독점하던 할아버지·할머니뿐 아니라 최근에는 주부·대학생에 20·30대 젊은이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주택가 골목 등에 있는 무가지를 통째로 훔쳐 고물상에 팔아넘기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고물상 주인 김모씨는 “경제가 어려워지고 원자재값 급등으로 폐지 가격이 올라가면서 주부들이 상자나 폐지를 모아서 오는 일이 많아졌다”며 “과거 같으면 그냥 버렸을 고물을 가져와 2000~3000원씩 받아간다”고 말했다. 최씨는 “고물은 줄어드는데 하겠다는 사람은 늘어나 밑바닥 인생도 하기 힘든 시절”이라고 말했다. 고물상에 들어오는 물품의 종류는 훨씬 단순해졌다. 경기가 좋았던 시절에는 가전제품은 물론 멀쩡한 신발·자전거·컴퓨터·정수기·가구 등으로 고물상이 넘쳐났다. 김씨는 “살림이 어려워지니 물건을 잘 버리지 않고 고물이 나와도 직접 챙겨와 돈을 받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3년 전에는 고철이나 묵직한 물건들로 리어카를 가득 채웠는데 요즘은 박스뿐이고 그것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