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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윤순혁]쪽방 월세 10여만원 못내 허덕…“방빼는 사람 2배 늘어”

  • 윤순혁
  • 조회 : 12828
  • 등록일 : 2008-11-14
쪽방 월세 10여만원 못내 허덕…“방빼는 사람 2배 늘어”
[불황의 겨울…벼랑 몰린 서민] ③ 주거불안 시달리는 빈곤층
‘노가다’ 일감 부족한데다 고철수집 돈안돼
일반 서민들도 수입 줄어 전셋값 ‘발동동’
한겨레 권오성 기자 황춘화 기자
» 다음달 철거를 앞두고 있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 뉴타운 지역 골목길에서 종이 상자를 든 한 주민이 걸어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반지하방에서 지난 11일 만난 유상진(56)씨는 꼬깃꼬깃 접힌 만원짜리 8장을 쥐고 달력을 쳐다봤다. 이달 중순까지 월세 13만원을 내야 하는데, 남은 시간 동안 부족한 5만원을 채울 방도가 없다고 했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노가다’ 일감을 얻어 생활해 온 유씨는 건설경기 침체로 제대로 일을 구하지 못했다. 일자리가 부족하니 젊은 사람들한테 밀려 “써주는 데가 없었고”, 결국 석 달 전부터 고철·고물 수집으로 생계수단을 바꿨다. 하지만 그마저도 경기 한파를 피해 가진 못했다. 철강업체들이 최근 생산을 줄이면서 고철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몇 달 새 놋쇠가 1㎏에 6000원에서 1500원으로, 쇠붙이는 350원에서 40원으로 뚝 떨어졌다”며 “한 리어카를 채워봐야 4천원 정도라, 하루 두 끼를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해도 부족한 월세를 채우기가 힘겹다”고 하소연했다. 유씨는 8년 전 작은 공장에 다니다 중풍으로 쓰러져 입원했다. 일을 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일자리를 잃자 아내와 두 딸은 연락이 끊겼고, 그는 서울에서 월세가 가장 싸다는 동자동으로 들어왔다.

유씨의 이웃 김아무개(60)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찬바람만 불면 방에 누워 있어야 하는 아내와 둘이 산다. 김씨는 “이번달 월세 15만원을 지난 8일 냈는데, 다음달엔 자신이 없다”고 했다. 전봇대 전단지를 떼는 공공근로로 월 60여만원을 벌던 김씨는 지난 6월 당뇨로 인한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왼쪽 팔이 부러졌다. 지난달 27일 퇴원해보니 공공근로 신청은 이미 내년 1월까지 접수가 끝나 있었다. 김씨는 “동자동에서도 쫓겨나면 다음 단계는 노숙인데, 둘다 몸이 성치 않아 갈 데가 …”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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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의 여파가 저소득층의 주거권을 위협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과 전·월세값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제 한 몸 뉘울 방 한칸이 아쉬운 이들한테는 먼 나라 얘기다. 서울시내 아파트 전셋값이 몇 천만원씩 떨어졌다 해도, 이들에겐 연초에 오른 방값 1만원의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동자동에서 300세대 규모의 ‘쪽방 건물’을 운영하는 강아무개(52)씨는 “월세를 마련하지 못해 방을 빼는 이들이 과거엔 한 달 평균 5세대 정도였는데, 최근엔 2배 정도 늘었다”며 “여기가 그 사람들에게 마지막 버팀목이라는 건 알지만 나도 살아야 하니 월세를 못 내면 바로 내보내곤 한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또다른 삶터인 고시원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 영등포 ㅈ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주아무개(67)씨는 “예전에는 드물었는데, 최근 3개월 동안 6~7명의 사람들이 나간 것 같다. 대부분 하루에 5만~6만원 버는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는데 일감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인근 다른 고시원의 총무 길아무개(45)씨는 “예전에는 월세 연체가 길어야 2~3일이었는데, 지금은 보름씩 연체하는 사람도 있다”며 “일자리를 찾으려고 새벽 4시반에 나가버려 만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뉴타운 지역에서 37년을 살아온 박아무개(46·여)씨는 오는 12월 가옥 철거를 앞두고 가을 내내 집을 구하러 다녔지만 아직도 전셋집을 구하지 못했다. 16평 규모의 자기 집을 갖고 있는 박씨지만 재산평가액 가운데 세입자에게 돌려준 보증금을 빼고 남은 돈은 3천만원뿐이다. 지체장애인 아들과 고3 수험생인 딸을 홀로 키우는 박씨에게 필요한 방 두 칸짜리 전셋집은 제일 싼 게 5천만~7천만원 정도다. 박씨는 “전셋값이 싼 다른 곳으로 갈까도 했지만 아들이 평생 살아온 동네를 벗어나면, 내가 일 나간 사이 미아가 될까봐 그러지도 못한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월세를 끼고 적당한 집을 찾아보려고 해도, 최근 박씨의 수입이 급격히 줄어 그것도 불가능하다. 노인이나 아픈 사람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일을 하는 박씨의 한달 수입은 과거 7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바우처제도 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져서 한달에 16만원 정도밖에 못 벌기 때문이다.

빠듯한 살림에 무리를 해서 아파트를 산 서민들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에 사는 주부 김아무개(45)씨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1년 반 전 동탄 새도시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김씨가 분양받을 때의 계획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아 중도금의 반을 내는 것이었지만, 시세보다 4천만~5천만원을 싸게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있다. 김씨는 “대출을 추가로 받아 중도금을 채우더라도 이자 비용까지 계산하면 수입의 대부분을 집에 털어넣게 생겼다”며 “아이들 교육비며 생활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계속 빚을 쌓아가며 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탄했다.

권오성 황춘화 기자 sage5th@hani.co.kr

 
 
저소득층 주거정책 나몰라라 하는 정부
한겨레 권오성 기자
경기침체에 따른 주거 불안의 문제는 저소득층과 서민들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택정책은 ‘자산’으로서 집을 가진 이들과 건설회사들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일 뿐, 삶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주거복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는 지난 9월 앞으로 10년 동안 500만호를 공급하되 150만호는 저소득층 및 무주택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도심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 주택건설방안’ 계획을 내놓았다. 이 방안은 도심내 재개발 활성화, 뉴타운 추가지정, 도시근교 그린벨트 해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급을 늘려 서민들도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았지만, 열악한 주거 환경에 내몰린 이들을 위한 정책은 과거에 시민단체로부터 “계획만 발표되고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영구임대주택 10만 가구 공급을 재개하겠다는 게 전부다.

정부는 이어서 지난 3일에도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통해 소형주택 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비율 등 그동안 유지해 왔던 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지역 원주민 정착률이 20%에도 못 미쳐, 대다수 저소득층이 쫓겨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책은 없다.

주거복지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은 열악한 주거 현실과 관련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하는 정기간행물 <국토> 6월호에 실린 ‘최저 주거기준의 의의와 기준 미달가구 규모 추정’을 보면 전국 1588만7천가구 가운데 13%인 206만2천가구가 최저 주거기준(면적기준으로 1인 가구 12㎡)에 미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추정치일 뿐, 고시원이나 쪽방 등에 사는 이들의 규모가 정확하게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적으로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 움막, 동굴 등에 사는 이들의 수는 11만명에 이르고, 옥탑이나 반지하방까지 합치면 160만명이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2
admin 윤순혁   2008-11-14 04:16:35
광고단 빼고 지면 전체를 장식한 기획기사입니다. 벼랑 몰린 서민 시리즈인데.. 사례가 적절하고 전체적으로 기사가 절절해서 올립니다.. 때론 예측 가능한 것에서 감동을 받기도 하듯이 말입니다.
admin jae   2008-11-14 10:28:10
언론이 늘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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