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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수능 스케치] 쓸쓸한 수능
- 강성명
- 조회 : 12107
- 등록일 : 2008-11-14
올해 수능은 다행히 포근한 날씨 속에 시작했지만, 시험이 끝난 후의 풍경은 예년에 비해 쓸쓸한 편이었다 . 학생들은 시험이 어려워 힘들었다는 반응이었다. 또 일부 상점들은 각종 "수능 특판"을 내걸고 수능 대목을 기대했지만 얼어붙은 경기 탓에 수험생의 발길은 뜸했다.
13일 오후 5시 무렵, 부산 서구에 위치한 부경고등학교 앞에는 10여명의 학부모들이 초초한 마음으로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딸을 기다리고 있던 김미선(사하구 당리동, 46)씨는 “점심도 안 먹고 종일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아이가 고생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5시 10분쯤 되자, 선택과목 시험을 치는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 많은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험이 끝났는데도 밝은 표정의 학생을 찾기가 어려웠다. “너무 힘들었어요. 영어를 망쳤다는 기분탓에 그 뒤 과목들도 잘 못친 것 같아요. 답도 맞춰보기 싫고 집에 가서 잠만 자고 싶어요.” 김동규(ㄷ고, 3) 군은 시험이 어땠냐는 질문에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학생들도 표정이 어둡긴 마찬가지였다. “수리영역을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유리했던 시험이었다.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재수를 했다는 ㅅ군은 짜증섞인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수능은 수리와 외국어 영역이 어려웠던 탓에 수험생들은 하나같이 매우 힘든 하루였다고 푸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로 유명한 부산 중구 남포동. 이곳은 수능이 끝나는 날이면 학생들이 북적거리기로 유명한 번화가지만 올해는 예외였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피프 광장 주변을 관찰했지만, 학생들은 물론 일반인의 발길조차 뜸했다. “친구들 대부분 답 맞춰보러 집에 갔죠. 원래 몇몇 애들끼리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했는데 다들 기운 없다해서 그냥 11시쯤 채팅으로 만나기로 했어요.” 최소현(18, 중구 보수동) 양은 수험생들에게 할인해 주는 곳이 있어 안경을 바꾸러 혼자 시내에 나왔다고 했다. 최양이 찾은 안경점은 수험표를 가져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몇 가지 할인을 해준다는 포스터를 문앞에
<오후 8시 남포동 피프 광장. 어려운 경기탓에 한적하다>
붙여놓고 있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안경사 B씨는 “수험생에게는 월말까지 30%까지 할인을 해주고 있지만 사실 별 기대는 안한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하는 써 놓은 것일 뿐 요즘처럼 불경기에 별 의미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점마다 수험생 이벤트를 내걸었지만 전혀 효과가 없다>
오후 9시까지 이 안경점을 찾은 수험생은 최양 한명 뿐이었다.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가장 많이 준비한 곳은 휴대폰 판매점이었지만 그곳 역시 한적하긴 마찬가지였다. 남포동 S통신사 판매 대리점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한 판매원은 ”수능 본 학생들에 한해서는 몇 개 제품의 기계비를 안받는데도, 아직 찾아 온 학생 손님은 없다. 작년에는 부모들과 같이 와서 수능 친 기념으로 휴대폰을 바꾸는 학생들이 많았었는데,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