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군청 직원 3명은 최근 8박10일 동안 부부동반으로 프랑스·이탈리아 등 서유럽 5개국을 관광했다. 이들에겐 여행 경비 명목으로 1인당 390만원씩 지원됐다. 이들도 집에서 쉬면서 월급을 꼬박꼬박 받고 있다.
A씨와 당진군청 직원은 지방자치단체의 ‘공로연수’ 공무원이다. 공로연수는 명칭처럼 특별한 공로를 남겨서 보내는 게 아니다. 공로라면 30∼40년 공직 생활을 한 뒤 이제 정년을 눈앞에 두었다는 사실뿐이다. 정년을 6개월∼1년 남겨 둔 지방공무원이 그 대상이다. 이 기간은 출근하지 않아도 급여를 준다. 무노동 유임금이다. 정년을 앞두고 있어 급여도 높은 편이다. 기업체의 구조조정도, 불황도 아랑곳 않는 제도다.
◆경북도, 104명에 39억원=공로연수 제도는 현재 시·군·구와 광역 시·도 등 모든 지자체가 운용 중이다. 지난해 1900여 명이 이 제도의 혜택을 봤다. 올해도 현재 1595명이 공로연수 중이다. 서울시 일선 구청의 경우 5급 33호봉인 공로연수자에게 연간 4200만원(본봉+가족수당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전국 1595명의 공로연수자에게 350억원(6개월 기준)~670억원(1년 기준) 정도의 돈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상주시는 현재 12명이 공로연수 대상자다. 이들이 올 들어 10월까지 ‘놀면서’ 받은 급여만 2억9963만원에 이른다. 경북지역 23개 시·군과 경북도청에서 현재 공로연수 중인 공무원은 104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등산 등 운동을 하고 친구를 만나며 시간을 보낸다. 취재팀이 집계한 결과 이들이 쉬면서 받은 인건비는 대략 39억원으로 추산됐다.
공로연수 기간 중에는 1인당 200만~300만원씩 주며 부부 해외여행도 보내 준다. 전북도청은 올해 4월과 9월 두 차례로 나누어 공로연수자 27명을 영국·프랑스·스위스 등 서유럽으로 9박10일간 부부 해외여행을 보냈다. 여행 경비만 1인당 312만원씩 부부마다 624만원을 지급했다.
◆지자체에 자제 지침=공로연수제는 1993년 9월 지방공무원 연수지침에 따라 시행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공무원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확대됐다. 지자체가 공로연수를 보낼 경우 그 인원을 감축으로 인정한 것이다.
경주시청 공무원 B씨(59)는 “취미 생활도 즐길 게 없고 하루 세 끼를 다 집에서 먹고 보낸다”며 “심심해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로연수자 대부분이 섭섭한 마음을 안고 공무원 생활을 마감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국 지자체가 올해 실시한 공채 시험에서 5986명이 합격했으나, 이 중 4023명(67%)이 아직 임용받지 못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방공무원 정원 1만360명을 감축하도록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행안부 고기동 지방공무원과장은 “57세인 6급 이하 공무원 정년이 매년 1년씩 3년 뒤에는 60세로 늘어날 예정으로 6급 이하는 공로연수를 자제하도록 지자체에 지침을 내렸다”며 “문제점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송의호·양영유·황선윤 기자
◆공로연수=지방공무원이 정년을 6개월에서 1년 미만 남겨 두고 있을 경우 퇴직 뒤 사회 적응 등을 이유로 출근을 면제하는 제도다. 공무원 신분은 그대로 유지되며 현업에 따른 수당을 제외한 급여를 그대로 받는다.